수표와 어음

출처- 경제신문

여러분 지갑 속의 수표는 은행을 위한 것?!

.. 제가 종금사에 처음 입사해서 신입사원 연수를 받을 때입니다. 그 때는 아직 사령장도 나오기 전인 대학생과 직장인의 어중간한 신분이었죠. 즉, 세상물정 몰랐을 때였다는 거죠.

그런데 연수 강사로 나오신 기업금융부 과장님께서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여러분, 왠만하면 지갑 속에 수표는 꽂고 다니지 마세요. 그거 은행한테 돈 보태주는 겁니다.”

저는 처음엔 무슨 소린가 하고 의아해 했습니다. 대학시절 가난한 고학생이었던 저는 지갑 속에 만원짜리 몇 장만 꽂고 다녀도 마음이 든든했는데, 수표라면 최소한 10만원짜리일 건데 얼마나 든든하겠어요. 직장인이 되어 수표를 지갑 속에 마음껏 꽂고 다니고 싶었던 게 제 솔직한 심정이었거든요. 그리고 은행에 돈 보태 준다는 건 또 뭔 소린지…

그 과장님 말씀은 이런 거 였습니다. 은행에 돈을 맡기면(예금을 하면) 그 대가로 통장을 받습니다. 그러면 그 통장엔 이자가 붙죠. 통장이란 게 일반적인 형태의 통장도 있겠지만, 종이쪼가리에다 금액을 적어서 은행에서 도장 쾅 찍어서 내어 줄 수도 있겠죠. 일전에 설명 드린 CD(양도성예금증서)가 그런 것입니다.

그런데 은행은 돈을 맡기면 왜 이자를 줄까요? 그건 우리가 맡긴 돈으로 돈이 필요한 다른 사람이나 기업들에게 대출을 해주고 이자를 받아 먹으니 그런 거죠. 은행도 양심이 있는데 대출이자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분은 우리에게 줘야 할게 아닙니까?

그런데 말이죠. 여러분이 은행에 가서 만원짜리 10장을 내고 10만원짜리 수표로 바꾸어 간다면, 은행은 그 만원짜리 10장을 다른 사람에게 대출을 해줄 것이고, 그 대출이자를 혼자 꿀꺽하는 사태가 벌어지겠죠. 예금을 한 게 아니니, 이자를 받을 수도 없고, 10만원짜리 수표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나중에 현금으로 바꿀 때 다문 10원이라도 이자랍시고 줄 리도 만무하죠. 그래서 연수시간에 과장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던 겁니다.

물론, 우스개 소리죠. 신입사원 연수의 딱딱한 분위기를 깨어 보려는 그 당시 과장님의 우스개 소리 였죠. 하지만, 그 말 속에서 그 과장님은 자금을 운용하여 수익을 내는 금융기관의 가장 기본적인 생리를 강조하셨던 겁니다.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모든 일에서 이러한 기회비용을 생각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더 이상 장롱 속에 돈을 넣어 두는 사람은 없을 테니 두말하면 잔소리 겠죠.

수표에 대해 말이 나왔으니 이번 기회에 수표와 어음에 대해 좀 설명을 해볼까 합니다.

먼저, 오늘은 수표에 대해서 간단히 한 말씀…

앞서 말했듯이 이자도 안주는 수표를 사람들은 왜 사용할까요? 그건 휴대하기 간편하기 때문이죠. 사실 천만원을 만원짜리로 들고 다닌다면 얼마나 불편하겠습니까? 그래서 현금 대용으로 수표를 만들어 낸 겁니다.

물론, 현금 대용이니 먼저 그 만큼의 현금을 믿을 만한 곳에 맡기고 맡긴 액수만큼을 종이에다 적어서 돈 대신 사용하는 거죠. 이때 우리의 은행이 “믿을 만한 곳”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어디 은행을 의심해서야 쓰겠슴까?

요즘 같은 신용사회에서 은행이 돈 대신 사용하라고 도장 찍어서 내어 주면 쓰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다 현금과 똑같이 생각하고 사용하는 거죠. 그리고 이걸 꼭 돈으로 바꾸고 싶으면 은행으로 찾아가서 돈 달라고 요구하죠. 그래서 이걸 『자기앞 수표』라고 합니다. 은행이 발행해서 은행 “자기앞”에 가서 내면 돈으로 바꾸어 주는 “수표”라는 뜻이죠.

그 다음에 대표적인 수표로 『당좌수표』와 『가계수표』 가 있습니다. 이건 “자기앞수표”와 좀 다르죠.

출처- 경제신문

당좌수표가 기업의 예금청구서라구요?!

저 번 글에서 수표란 돈 대신에 믿을 만한 기관인 은행에서 발행하는 종이 쪼가리라고 했습니다.

따라서 이 수표를 들고 발행한 은행에 찾아가서 돈을 달라고 하면 은행은 그 수표에 찍힌 금액(액면금액)만큼 돈을 내어 주어야 합니다.

또한, 자기앞수표는 은행 자기가 발행해서 은행 자기(自己)앞에다 제시하면 언제든지 돈을 주어야 하는 수표라고 설명 드렸습니다.

물론, 이 자기앞 수표는 고객이 예금을 찾을 때 현금대신 내어 주었거나, 아니면 창구에서 고객에게 현금을 받고 그 액수 만큼 내어 준 것이므로 고객의 요구가 있을 때 현금으로 다시 바꾸어 주어야 하는 건 당연지사 겠죠.
이런 자기앞 수표 말고 당좌수표가 있습니다.

당좌수표라?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당좌예금부터 설명해야 되겠네요.

일반적으로 예금이란 이자 수익을 얻기 위해 하는 거죠. 하지만 당좌예금은 이자수익 받기 위해서 가입하는 게 아닙니다. 그럼 이자도 안 받을 거면서 왜 예금에 가입하냐 구요?

기업들은 개인과 달리 큰 돈을 자주 움직이게 됩니다. 그런데 그 돈을 매번 자기네 금고에 넣어 두고 한 뭉치씩 꺼내어 사용한다면 얼마나 불편하고 또 불안하겠습니까? 밤에는 누군가가 불침번도 서야 하고…

해서 기업은 은행과 쇼부를 친 거죠.

“은행 니가 내 돈을 맡아 주다가 내가 어느 업체에 얼마가 나가고 어느 업체에서 얼마가 들어 온다고 알려 주면 그리로 돈 좀 보내줘, 대신 그 수고비를 생각해서 예금이자는 안 받을게”

은행도 해피하죠. 우선 돈을 보관하는 일로 따지면야 은행만큼 “선수”인 데도 없고, 이자를 안주고 거액의 자금을 예금으로 유치하니 좋고… 이런 저런 이유로 기업들이 대부분 당좌예금을 이용하니, 은행도 전산망을 통해 상대편 예금계좌로 돈 보내는 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고…

즉, 당좌예금이란 이자수익이 목적이 아니라, 자금의 보관 및 지급을 은행에 위탁할 목적으로 가입하는 예금입니다. 기업에게는 요긴한 거지만, 우리 같은 일반 서민들 하곤 사실 별 상관은 없는 거죠.

암 튼, 이 당좌예금의 특징은 수표를 발행할 수 있다는 거죠. 무슨 말이 냐구요.

예를 들어, ‘우리기업’이라는 회사가 ‘대한은행’에 가서 당좌예금 가입신청을 했다고 하죠. 그럼 우선 ‘대한은행’은 ‘우리기업’의 신용도를 조사하겠죠. 나중에 수표만 남발해 놓고 돈 안 갚으면 안되니까요. 그래서 신용도가 양호하다 싶으면, 당좌계좌를 개설해 줍니다. 그런 후 ‘대한은행’에서는 금액이 안 적힌 수표용지와 어음용지(어음에 대해서는 다음기회에 설명하겠슴다.)를 한 뭉치씩 내어 줍니다.

이 수표용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생김새는 자기앞수표와 비슷하지만, 약간 다릅니다.

우선 제목이 “당좌 수표”라고 적혀 있죠. 그리고 지급지는 ‘대한은행’이라고 되어 있죠. (‘대한은행’에 가면 돈 내어 준다는 의미임) 그리고 금액란은 비어 있어 그곳에다 ‘우리기업’이 금액을 쓰고 오른쪽 아래에 “우리기업㈜ 대표이사 나우리”라고 쓰고 도장 쾅 찍으면 그 순간 돈이 되는 겁니다. 물론, 금액은 당좌예금에 입금되어 있는 금액을 넘으면 안되겠죠…
(사실 약간 넘는 거는 은행이 봐주죠. 이를 “당좌대월”이라 하는데 사람 사는 게 칼로 무우 자르는 게 아니듯 금융 거래에서도 어느 정도 믿고 봐 주는 건 있죠. 물론, 빠른 시일 내에 메꿔 넣어야 하지만…)

이게 바로 “수표를 발행한다”라는 겁니다.

기업이 당좌수표를 발행한다는 거 뭔 소릴까요. 잘 들어 보세요.

우리 서민들이 은행에 예금을 해 놓고 이 돈을 찾을 때 어떻게 하죠. 일단 인터넷 뱅킹이다 현금자동인출기다 이런 거 말고 좀더 전통적(?)인 방법을 생각해 보죠.

우선, 은행에 갑니다. 그리고 예금청구서를 한 장 뜯어내죠. 그 다음 금액 적고, 비밀번호 적고, 이름 쓰고, 통장도장을 쾅 찍습니다. 그 다음 은행 창구에 갖다 냅니다.

창구 행원이 예금통장에 남은 돈을 확인하고 예금청구서 금액이 이를 넘지 않으면 바로 현금으로 내어 줍니다.

당좌수표는 이런 우리 서민의 출금 행위를 좀더 격식 있는 종이에 적어서 사용하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즉, 당좌수표란 기업이 큰 돈을 직접 움직이기 불편하니까 만든 당좌예금의 예금청구서 용지인 거죠.

일반 예금이 도장 찍힌 청구서 없이 찾을 수 없듯이 당좌예금은 도장 찍힌 당좌수표 없이는 찾을 수 없답니다.

“그럼 일반 예금의 예금청구서하고 차이점은 없나요?” 하고 물으시는 분이 분명 계시겠죠.

물론, 있지요~

예금 청구서는 돈이 아닙니다. 하지만 당좌 수표는 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즉, 지불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거죠.

예를 들어 ‘우리기업’이 물품 대금으로 10억 짜리 당좌수표를 발행해서 납품업자에게 지불했다고 하면, 납품업자는 이걸 받아 ‘대한은행’에 갖다 주면 돈으로 바꿔 주는 겁니다. 물론, ‘우리기업’의 당좌 예금에 그만한 돈이 들어 있어야 하지만요.

얼마 전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밤9시 즈음에 회사에 남아서 일을 좀 하고 있는데, 어느 아주머니 한 분이 전화가 왔습니다.

“여보세요, 그기 신문사 사이트 가면 부도 난 회사 이름 실려 있다는 데 아무리 찾아 봐도 없어요. 어데 있어요?”

“아, 그거 말씀이시죠. 기사 검색란에 가셔서 ‘당좌거래 정지’라고 치시고 엔터 누르면 당좌거래 정지된 회사 이름이 나오는 데요.”

“아니, 당좌 머시기 정진가 그거 말고 부도 난 회사 말이 예요.”

저는 아주머니에게 그게 부도 난 회사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아주머니는 왠지 못 미더운 듯한 어조로 “당좌거래 머시기 하고 부도가 같은 건가?” 하시면서 전화를 끊어 셨죠.

자! 이 글을 읽으신 여러분은 아시겠죠.

만약에 ‘우리기업’이 물품 대금으로 지불한 10억 짜리 당좌수표를 ‘대한은행’에서 돈으로 바꾸려고 하는 데 ‘우리기업’ 당좌예금에는 돈이 한푼도 없다고 하면, 이게 부도인 거죠. 물론, 당일 날 ‘우리기업’도 받을 돈을 못 받아서 아니면 실수로 돈이 있는데 ‘대한은행’ 당좌예금에 돈 넣는 걸 잊어 버려서 한푼도 없게 될 수 도 있겠죠. 그래서 이걸 “1차 부도”라고 해서 경고만 줍니다. 하지만 다음날도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바로 “2차 부도”가 나죠. 그러면 당좌 거래는 정지되고 ‘우리기업’은 부도 기업이 되는 겁니다. 당연한 거 아니겠어요. 남에게 지불할 돈 지불 못하면 부도 인 거죠.

그리고 가계수표란 일반기업이 아닌 개인사업자일 경우에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음엔 어음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죠. 언뜻 보면 수표와 비슷해 보여도 엄청난 차이점이 숨어 있습니다. 기대하세요..
   

출처- 경제신문

외상거래 노트를 대신해서 생긴 게 “어음”이란 거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일들은 대부분이 필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생겨나게 된 거죠.

최근에는 거의 사라진 모습이지만 옛날 제가 어렸을 적만 해도 동네 앞의 가게에서 아주머니들이 저녁 찬거리를 살 때, 손때가 묻어 너덜너덜한 <외상거래 노트>에 ‘돼지아줌마 시금치 100원’ 이렇게 적어 가며 외상거래를 하던 게 일반적인 상거래였습니다.

어음이란 이렇게 자연스럽게 생겨나게 된 <외상거래 노트>를 좀더 믿을 수 있도록 공식화 시킨 것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체가 제품을 만들 때 여러 협력업체에서 생산하는 부품들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리고 여러 부품을 협력업체에 의뢰하여 구입을 하게 되면 당연히, 부품 대금을 지불해야 하겠죠. 하지만, 그 제조업체도 구입한 부품으로 제품을 만들어서 파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물론, 제조업체는 그 기간 동안 이자를 물어가며 은행에서 돈을 꾸어서 협력업체에 돈을 주길 꺼려 하겠지요. 그래서 외상거래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돈을 주겠다고 구두로만 약속을 할 순 없겠죠. 명색이 비즈니슨데…

그래서 종이 쪼가리에다 부품대금과 거래발생일 그리고 돈 갚을 날짜 그 다음에 ‘아무개 회사 대표이사 누구누구’하고 도장을 쾅 찍어 협력업체에 주는 거죠.

어음용지는 문방구에도 팔고 있습니다. 이를 ‘문방구 어음’이라고도 하지요. 이 어음 용지에다 위에서 말씀 드린 필요사항을 기재하여 부품업체에 줘도 상관이 없다는 거지요. 돈 갚을 날짜에 정확한 돈만 주면 만사 OK니깐요. 하지만 이런 ‘문방구 어음’은 잘 사용하지 않지요.

왜냐구요? 불안하니까!

협력업체는 돈 갚을 날 제조업체에 가서 직접 돈 받아야 하고, 만약 돈 안 갚고 튀어 버릴 때 마땅한 제재 조치를 취할 수도 없으니깐요.

그래서 우리의 공신력을 자랑하는 “은행”이 중간에 또 끼게 되죠.

전에 설명 드렸듯이 기업이 당좌예금에 가입하면 수표용지 뿐만 아니라 어음용지도 줍니다. 그래서 상거래에서 대금 지급 시 이 어음 용지에 금액과 만기 등 필수 사항을 기재하여 지불을 하게 되면 그 어음을 받은 쪽에서는 만기일에 직접 돈 받으러 해당 기업에 갈 필요가 없는 거죠. 이를 가까운 은행 지점에 가서 제시를 하면 어음에 적힌 금액만큼 돈을 내어 주는 겁니다. 어때요 ‘문방구 어음’보다 간편하죠.

물론, 부품을 구입했던 제조업체의 당좌예금에 돈이 있어야 하겠죠. 만약에 돈이 없으면… 부도가 나는 거죠.

사실 돈 줄 者가 돈 떼어 먹겠다는 데, 은행에서 내어준 어음용지를 사용했다고 해서 무슨 대수가 있겠습니까? 법적인 조치를 취하는 수 밖에는…

하지만, ‘문방구 어음’과 다른 점은 은행이 이러한 불량한 회사를 바로 부도를 낼 수 있다는 거죠. 그러면 그 회사는 더 이상 대출도 못 받고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하기가 힘들겠죠. 그러니, 만기일 되서 돈 주기 아깝다고 돈을 주지 않는 일은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 되죠. 즉, 기업의 외상거래에 있어서 간접적으로 규제를 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쯤 되면 빠르신 분들은 이 어음이 수표와 다르다는 걸 눈치 채셨을 겁니다.

먼저, 당좌수표는 발행하는 즉시 돈으로써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걸 들고 바로 은행에 가도 돈을 내어 주니까요. (발행기업의 당좌예금에 돈이 있는 한…)

하지만 어음은 발행한 당일 날 은행에 들고 가도 그 금액만큼 절대로 돈으로 바꿔 주지 않습니다. 돈으로 바꿔주는 대신 은행에서는 “만기일 날 다시 들고 오시죠?” 라고 하거나 “만기일까지 못 기다리시겠다면 할인을 해 드릴께요.”라고 할 겁니다.

또한, 언뜻 보면 비슷하게 생겼지만, 은행의 수표용지와 어음용지는 생김새에서도 몇 가지 차이점이 있습니다. 일단 제목이 다르겠죠. 어음에는 “약속어음”이라고 적혀 있죠. 그리고 당좌수표와는 달리 발행일뿐만 아니라 만기일을 적는 란이 더 있고요.
그리고 “만기가 되면 이 어음에 적힌 금액을 발행인(앞에서 나온 큰 제조업체처럼 외상 대금을 지불하기 위해 어음에 이름 적고 도장 찍은 사람)의 당좌 예금에서 빼내서 아무개에게 주시오”하는 뜻으로 그 돈을 받을 사람의 이름을 적는 란이 하나 더 있는 거죠.

여하튼 이 어음이란 상거래에 있어서 외상으로 주고 받을 때 없어서는 안될 제도였습니다. 이왕 외상으로 거래할 거면 그래도 은행에서 만든 어음용지로 발행한 어음 한 장을 받아야 안심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이러한 어음제도는 폐해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큰 기업과 그 협력업체 사이에는 “갑”과 “을”의 관계가 존재하므로, 현금으로 지불할 수 있는 부품 대금도 거의 다 어음으로 지불해 버리면 당장 월급도 줘야 하고 기타 자금이 현금으로 필요한 협력업체는 울며 겨자 먹기로 만기일 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죠.

최근에는 어음의 위,변조 및 관리의 문제 등을 이유로 대기업에서는 실물 어음 사용을 자제하고 외상거래 시 매출채권, 매입채무 등의 이름을 붙여 전산상으로 관리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협력업체에서 꼭 할인이 필요한 경우, 필요한 금액 만큼 어음을 발행해 주는 방식을 쓰죠.

아무래도 매번 외상거래마다 어음을 발행해서 도장 찍고 어쩌구 하기가 번거러우니까요.

이쯤 되면 아마 여러분들은 이런 질문을 하기겠죠.

“그럼 어음은 반드시 외상거래와 관련되어 사용하는 거냐? CP가 기업어음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외상거래와 관계 있는 거냐?”

물론, 아니죠. 그래서 다음에는 어음의 종류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그리고 “할인”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려 합니다. 사실 이 어음이란 게 할인이 없다면 그야말로 앙꼬 없는 찐빵이걸랑요…

 

출처- 한국경제신문

할인 없는 어음은 앙꼬 없는 찐빵…

오늘은 어음의 마지막 시간이 되겠네요. 전번에 말씀 드렸듯이, 금융기관이 자선단체도 아닌데, 어떻게 아무런 대가도 없이 돈을 빌려 주겠습니까? 당연히 뭔가를 받겠죠.

그런데 이 어음이란 게 모름지기 외상거래로부터 생기게 된 것인지라 태생적으로 이자를 받을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외상거래하면서 이자까지 주는 거 봤습니까!

그래서 어음을 발행하여 남의 돈을 빌릴 땐 `할인`이라는 걸 하게 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우리상사`가 100억 짜리 어음을 발행하면서 금융기관에게 "내가 3개월 후에 이 어음에 적힌 대로 100억을 갚아 줄 터이니, 지금 99억원만 달라" 이렇게 말할 수 있겠죠. 그럼 금융기관은 실제로 99억원을 빌려주고 3개월 후에 100억을 받게 됩니다. 이는 원금 99억원과 이자1억원을 받는 것과 같은 셈이죠.

이게 바로 `할인`입니다. 원래어음에 적힌 금액(이를 `액면금액`이라 합니다.)에서 일부를 미리 잘라내어 가져간다는 의미죠. 이 `할인`을 한자로는『割引』이라고 쓰죠. `잘라서 끌어 당긴다` 정도의 의미겠죠.

이러한 `할인`은 CP 등의 융통어음에서 뿐만 아니라, 진성어음이나 그 외에 이자가 따로 붙는 채권이나 CD 등에도 널리 행해집니다.할인을 해서 일정부분 떼어내는 금액을 액면 금액에서 일정한 부분을 미리 떼어 낸다는 의미에서 `선취(先取)이자금액`라고도 하죠.

그럼 어떤 기준으로 얼마를 떼어 낼까요? 보통 금융 관행상 각 각의 금융상품(CP면 CP, CD면 CD, 채권이면 채권)에서 형성되는 금리를 기준으로 일수를 계산하여 떼어 냅니다.

예를 들어, `우리상사`의 CP 등급이 A3이며, 시중의 A3급 CP 금리가 7%라면 금융기관은 `우리상사`의 만기 3개월짜리 100억원의 CP를 받고「98억2천547만9천453원」을 내어 주는 겁니다. 물론, 금융기관이 만기일에 100억원을 ‘우리상사’로부터 받게 되면 지금 내어주는 금액과의 차액인 174,520,547원을 선취이자로 먹게 되는 거죠.

어떻게 계산되었냐 구요? 아래와 같습니다. (세금부분은 편의상 생략했슴다)

100억 - {100억×7%×91일÷365일}

여기서 {100억×7%×91일÷365일}가 금융기관이 가져가는 부분이고 미리 떼어 간다고 해서 `선취이자금액`이라고 합니다.

또한 위의 식에서 7%는 시장에서 형성된 CP의 금리겠죠. 물론, 이 금리는 `年利`입니다. 즉, ‘1년에 몇%냐’ 하는 거죠. 따라서 만기가 3개월짜리니까 1년 365일 중에 3개월인 `91일`의 금리를 계산해줘야 하고 `7%×91일÷365일`의 계산식이 나옵니다.

"여기서 주의하셔야 할 점은 제도권 금융에서 아무 말 없이 몇%라고 하는 건 年利를 의미하는 겁니다."
이렇게 제가 말씀 드리면, "일반 금융기관에서 금리를 년 몇%라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냐? 그게 뭐 주의해야 할 점이냐?"하고 반문하시는 분들이 꽤 많으실 겁니다.

하지만 그건 여러분들이 돈을 많이 가져 본적이 없다는 증거입니다.

일반적으로 사채시장 같은 사금융에서는 `月 몇%`를 흔히 사용하죠. 예를 들어, ‘2부이자’ 라 함은 월2%를 말하므로 年 24%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금리이죠.

제가 종금사에 근무하던 시절, 돈 많으신 어르신네(?)들이 찾아와서 금리를 물어 보곤 하셨는데, 그 때는 IMF직후라 금리가 좀 높았습니다. CP할인금리가 보통 20%를 웃돌았죠. 그래서 그 정도의 금리를 말씀 드리면, 간혹 깜짝 놀라시는 분이 있습니다.

돈 많으신 분들이 금리 올라간 걸 모를 리도 없고 해서 왜 그러시나 하고 물어보면 "그게 진짜로 20%냐, 그럼 1년에 240%나 준단 말이냐"하시면서 입에 침을 튀기시면서 흥분을 참지 못하시곤 했지요. 그 분들 워낙 사금융에 익숙하신 분이라 어음이라하면 무조건 ‘月 몇%냐’에 길들어져 있으셨던 거죠.

아무튼 이런 `할인`이란 건 CP같은 융통어음으로 돈을 빌릴 때, 돈을 사용하는 대가를 계산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죠. 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진성어음도 `할인`이라는 방법을 이용해서 요긴하게 활용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가 `㈜우리자동차부품`으로부터 자동차 부품을 10억원 어치 사고 3개월짜리 어음을 끊어 줬다고 합시다. 이때 `할인`이란 게 없다면, `우리자동차부품`은 3개월 동안 10억원 짜리 어음이 돈이 되기를 마냥 기다려야만 합니다. 하지만 1개월 후 목돈이 필요하게 된 `우리자동차부품`은 금융기관으로 찾아 갑니다. 그래서 현대자동차의 금리에다 남은 일수 2개월을 계산하여 할인금액(선취이자금액)을 떼어내고 목돈을 받아 갑니다. 비록 10억원은 아니지만, 당장 돈이 필요하므로, `우리자동차부품`은 할인이라는 제도를 이용하는 거죠.

이렇게 할인을 해주고 어음을 받은 금융기관은 얼마간 보관하다 남은 일수 만큼 이자를 계산해서 먹고 다른 금융기관에 또 할인해서 넘길 수도 있겠죠. 그래서 최종적으로 만기일까지 그 어음을 가지고 있는 금융기관이 현대자동차로부터 10억을 받는 겁니다.

이렇게 어음은 여러 사람에게 넘겨 줄 수 있는데 이때는 반드시 넘겨 받은 사람의 이름을 어음 뒷면에 적어 놓아야 합니다. 이를 `배서(背書)`라고 하죠.

예를 들어 `슈퍼맨`이 어음을 발행하여 `원더우먼`에게 주고 `원더우먼`은 이를 `배트맨`에게 할인하여 돈 받고 넘겨 주고 `배트맨`은 다시 `로빈`에게, `로빈`은 마지막으로 `아쿠아맨`에게 넘겨 줬다면, 어음은 이러한 모양을 가지게 됩니다.

먼저 어음 앞면의 오른쪽 맨 아래 부분에 어음 발행인인 `슈퍼맨`의 이름과 도장이 찍혀 있겠죠. 그 다음 역시 어음 앞면 왼쪽 맨 위 부분에 `원더우먼`귀하라고 적히게 됩니다.

어음 뒷면에는 길게 배서를 할 수 있는 칸이 그려져 있는데 첫번째 칸에 이 어음을 `배트맨`에게 준다는 문구를 적고 `원더우먼`이 자기 이름을 쓰고 도장을 찍습니다.
그 아래 칸에 다시 `로빈`에게 준다는 문구와 `배트맨`의 이름과 도장이, 그 다음이 `아쿠아맨`에게 준다는 문구와 `로빈` 이름과 도장이… 그래서 `아쿠아맨`은 이를 가지고 `슈퍼맨에게 돈을 달라고 할 수 있죠.

이를 "배서의 연속성"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준 사람이 연속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이 어음은 법적 효력을 상실합니다. 엄청 중요합니다.`배트맨`이 `로빈`에게 준다고 했는데 갑자기 그 아래 칸에 `스파이더맨`이 `아쿠아맨`에게 준다고 쓰고 `스파이더맨` 이름과 도장을 찍었다면, `아쿠아맨`은 `수퍼맨`에게 돈 달라고 청구할 수가 없습니다.

정말 중요하죠…

이렇듯할인에 의해서 어음은 돌게 됩니다. 즉, 할인이란 게 있어서 이 사람 저 사람 어음을 살 수가 있고 어음도 이 때문에 유통이 되는 거죠.

할인 이거 정말 어음에 없어선 안될 중요한 거죠. 어음에 생기를 불어 넣어 주는 마치 찐빵에 단팥이 없으면 팔리지 않듯 어음에 할인이 없으면 그냥 꽝인거죠.

마지막으로 `어음 할인`의 속어로 "어음 와리깡"이란 말이 있죠. 이 속어에 대해 한마디 하겠슴다.

원래 일본말로 ‘割’을 `와리`라고 합니다. 그래서 일본어로 할인을 `와리비끼`라고 하죠. 물론, 한자로는 우리와 똑같이 `割引`라 쓰고 읽기는 `와리비끼`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어음 와리깡"의 `와리깡`이란 한자로 `割勘`라 하여 우리말로는 `각자부담` 즉, `더치페이`를 의미하는 거죠. 그래서 “어음 와리깡”이란 말은 정말 터무니 없는 말인 거죠. 그러니 아무리 속어라 해도 “어음 와리깡”이란 단어는 사용하지 않는 게 좋을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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